차병원 난임센터
- PGT는 난임 치료 무기 중 하나
- 배아의 염색체 이상이 유산에 영향
- 만 37세 이상 고령자 임신율 높여
모든 PGT 검사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기관인 차병원의 6개 난임센터에서는 유전학 전문 교수들이 환자를 만난다.
“30여 년 전만 해도 배아를 검사해 유전병을 막는다고 하자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 고민으로 온 환자를 본 적도 없다고 했죠. 그런데 지금은 유전병 가족력뿐 아니라 반복 유산, 고령 임신 등 난임 치료 전반에 유전 의학 시대가 온 걸 실감합니다.”
국내에서 착상 전 유전검사(PGT)를 처음 시행(1997년)한 강인수(대구 차병원) 교수의 말이다. PGT는 시험관 시술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기 전,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을 미리 확인하는 기술이다. 난임 환자면 ‘언젠가 한 번쯤 PGT를 해야 하나’ 고민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12만1038명에서 2022년 14만458명으로 16% 증가했다. 체외수정 시술 건수도 같은 기간 약 14만 건에서 20만 건으로 35% 이상 늘었다.
세계적 논문으로 선별력 증명
PGT는 목적에 따라 PGT-M(유전병 예방), PGT-SR(염색체 구조 이상), PGT-A(염색체 수 이상)로 나뉜다. 유은정(서울역 차병원) 교수는 “이 중 난임 환자에게 선택적 검사의 하나로 시행되는 PGT-A가 전체 검사의 약 60%를 차지한다. 만 37세 이상 고령 임신, 습관성 유산이나 반복적 착상 실패 경험, 드물지만 심각한 남성 불임인 경우에 일반적으로 권고된다”고 했다. 40대 여성에서는 정상 염색체인 배아가 25% 정도다. 나머지는 착상이 안 되거나 착상 후 유산될 가능성이 높다. 반복 유산을 겪는 고령 여성도 유산의 원인이 배아의 염색체 이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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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등 선진 난임센터에서는 매년 34만 건의 시험관 시술 (IVF)에 PGT-A를 함께 시행한다. 강인수 교수는 “PGT-A의 효과를 증명한 세계적인 논문이 있다. 정상 배아를 골라 이식한 312명 중 202명(65%)이 임신에 성공해 높은 분만율을 보였지만 비정상 배아를 이식한 102명은 모두 유산돼 아기가 태어난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미국생식의학회지, 2021)”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검사 결과상 정상으로 나온 배아여도 미세한 염색체 결손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걸 잡아내려면 장비의 한계와 질환의 기전을 깊이 이해하고 최신 지식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 수차례 토론을 거쳐야 환자 상황에 맞는 임상 전략을 도출한다”고 말했다.
PGT는 난임 치료의 다양한 무기 중 하나다. 차병원 난임센터 전문가들은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에게 전략적으로 PGT를 활용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강조한다. 김세정(강남 차병원) 교수는 “여건이 안정된 상태에서 준비된 임신을 원하는 환자가 많아졌다. PGT로 단태아 임신이나 출산 시기 예측에 계획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하지만 43세 이상의 고령이고 난소 기능이 아주 낮으면 오히려 통과한 배아 하나를 얻기 위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되레 길이 멀어지기도 한다”고 당부했다.
30년 전문 연구원이 배아 생검
반복 유산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PGT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궁 내 환경, 면역 문제, 혈액 응고 문제 등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김세정 교수는 “PGT는 염색체 이상처럼 배아 쪽 원인만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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