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암’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암=불치병'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많은 암이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요.
과연 암은 언제쯤 극복 가능할까요? 통계를 통해 오늘날 인류의 '영원한 적', 암의 현주소를 자세히 짚어봅니다.
암환자, 늘었을까 줄었을까?
올해 1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2023)에 따르면, 국민 19명 중 1명은 암 유병자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2023년 한해 동안 신규 발생한 암환자 수는 28만 여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는데요. 암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되었던 1999년 10만 여명에 비해 2.8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다만, OECD 국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세계표준인구*로 보정한 우리나라 암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94.6명으로, 미국(401.7명), 영국(327.7명), 일본(309.8명)보다 비교적 낮은 수준입니다.
정말 암은 '늘고' 있을까, 아니면 더 잘 '발견'되는 걸까?
둘 다 맞습니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암 발생률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과거에 비해 비만·운동부족·가공식품 섭취가 증가하고 미세먼지·환경 호르몬·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암에 걸릴 '조건'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습니다. 동시에,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건강검진이 보편화되고, 발견하기 어려운 위치의 암, 초기암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되면서 암 발생률을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암의 '발생'과 '발견'이 모두 증가한 것이지요.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TOP5
2023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으며, 이어서 폐암-대장암-유방암-위암-전립선암-간암의 순이었습니다. 남자의 경우, 전립선암-폐암-위암-대장암-간암 순이었으며, 여자는 유방암-갑상선암-대장암-폐암-위암-췌장암 순입니다. 연도별로 순위가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대체로 남성은 전립선암·폐암, 여성은 유방암·갑상선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암 발생 현황(남녀전체)
1위 - 갑상선암
2위 - 폐암
3위 - 대장암
4위 - 유방암
5위 - 위암
성별 주요 암 발생 현황
갑상선암은 왜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나요?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약 3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합니다. 아직 단일한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영향: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갑상선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의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이것이 암 발생 과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 자가면역 질환과의 연관성: 여성은 생리적으로 남성에 비해 면역 세포가 자신의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에 취약합니다. 특히 '하시모토 갑상선염'과 같은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은 갑상선 세포의 만성적인 염증을 유발하여 암 발병률을 높이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 높은 검진 접근성과 발견 기회: 의료 현장에서 여성은 유방암 검진 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높은 검진 접근성 덕분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초기 상태에서 암이 발견될 확률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연령대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암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다만, 35세부터 암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60세 이후 급증하며, 남녀 평균 65세 전후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50대 초반까지는 여자의 암 발생률이 더 높다가, 50대 후반부터 남자의 암 발생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별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0-10대에서 백혈병, 20대는 대장암, 30대-50대는 유방암·대장암, 60대는 폐암·위암, 70대는 폐암·전립선암, 80대 이상은 폐암·대장암 발생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연령대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암은 여전히 불치병일까?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진단받은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3.7%로, 10명 중 7명 이상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1993년-1995년) 42.9% 대비 1.7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성별 5년 생존율은 여자가 남자보다 높았는데, 이는 비교적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 유방암이 여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모든 암 5년 생존율(1993-2023)
또한, 암환자의 10년 생존율은 66.7%로, 과거(1993년-1995)년 39.2%에 이어 지속적인 향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암환자의 10년 생존율이 5년 생존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단순히 치료 실패라기보다 암환자 대다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이 장기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암 외에도 노환이나 심혈관 질환 등 다른 기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통계적인 수치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여전히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지만, 긍정적인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64.3명 수준으로 주요 비교 국가(일본, 중국,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지난 23년간 암 사망률은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암 검진 및 조기 발견 시스템, 우수한 의료 접근성 및 치료 성과, 그리고 암 전문 인력 및 인프라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암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닙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믿을 수 있는 의료진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고 이후를 어떻게 꾸준히 관리해 나갈 것인가입니다.
암, '극복'의 대상에서 '관리'의 대상으로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은?
현재의 암 발생률이 앞으로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평생 암이 발생할 확률은 41.2%이었으며, 성별로는 남자 44.6%, 여자 38.2%로 남자의 암 발생 확률이 조금 더 높습니다. 3~4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지요.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암에 걸릴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높아졌고,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암의 조기 발견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암환자 생존율은 점차 증가하고, 사망률은 감소해감에 따라 이제는 더 이상 암을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암과 함께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