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폐식도암 명의 모여 신속 진단, 다학제로 고난도 수술 성공 [Health&]

  • 분당차병원 폐식도센터
  • 폐암·식도암 생존율 40%대로 향상
  • 내원 일주일 안에 치료 방향 결정
  • 심영목·김주항 교수 중심 책임 진료
이미지1

분당차병원 폐식도센터 상윤범, 김주항, 심영목, 임공민 교수(왼쪽부터)가 폐암·식도암 치료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폐암과 식도암은 ‘난공불락의 암’으로 불린다. 치료가 까다로운 데다 생존율도 다른 암보다 낮아서다. 실제로 폐암은 전 세계 암 사망 원인 1위다. 2022년 한 해에만 약 180만 명이 폐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식도암은 발생 순위 11위, 사망 순위 7위로 발생 규모에 비해 사망 위험이 크다.

그러나 치료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진단·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는 것. 분당차병원 폐식도센터에서 만난 흉부외과 심영목 교수와 혈액종양내과 김주항 교수는 “폐암·식도암은 이제 절망의 암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치료 발전·전문센터 덕에 생존율 높아져

폐암과 식도암은 여러 암 중에서도 다루기 까다롭다. 가장 큰 이유는 전조 증상이 거의 없어서다. 몸의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땐 병이 악화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심영목 교수는 “폐암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수술이 어려운 말기에 발견된다”고 말했다. 식도암도 초기에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 식도는 탄력성이 좋아 악성종양이 생겨도 초기에는 먹고 마시는 데 큰 지장이 없는 탓이다.

발견만큼 치료도 쉽지 않다. 폐암은 수술로 암을 제거할 수 있지만, 폐 조직을 잘라내는 만큼 수술 후 폐 기능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식도암도 난도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식도 주변에는 심장, 큰 혈관 같은 중요한 장기가 밀집해 있다. 게다가 다른 장기와 달리 암의 확산을 막는 장막이 없어 주변 조직으로 쉽게 퍼진다. 신체 기능 저하도 걸림돌이다. 김주항 교수는 “식도암 환자는 잘 먹지 못해 면역력과 체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치료를 감당할 힘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 10%대에 머물던 폐암·식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최근 40%대까지 올랐다. 김 교수는 “특히 일부 폐암은 4기에 발견돼도 표적치료제·면역치료제로 장기 생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심 교수는 의료 시스템이 개선되고 건강검진이 활발해지면서 일찍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짚었다. 특히 식도암은 위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함께 관찰할 수 있어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센터의 등장도 치료 성적 향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폐암과 식도암은 진단, 치료 시 여러 진료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늦게 발견되는 환자가 많아 치료 방향을 빠르게 정하는 것도 관건이다. 전문센터는 여러 진료과가 진단부터 치료까지 함께하며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곳이 분당차병원 폐식도센터다. 지난해 개소한 뒤 폐암·식도암 분야 권위자인 심영목 센터장과 김주항 교수를 중심으로 신속 진단 체계,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갖추고 연구 인프라를 강화해 왔다. 특히 심영목 교수는 뉴스위크가 세계 최고로 선정한 삼성서울병원의 폐식도암센터를 2025년 2월까지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폐암과 식도암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불안에 휩싸인 환자가 무엇보다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심 교수는 환자의 불안을 덜고 치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진단 체계를 다듬어 왔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폐식도센터의 신속 진단 시스템이다. CT는 당일 촬영 후 2시간 안에 판독하고, 초음파 내시경도 검사 당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기반으로 의료진은 첫 내원 일주일 안에 치료 방향을 정한다. 외래 상담부터 수술, 회진까지 모든 과정에는 교수진이 직접 참여한다.

다학제 진료도 적극적이다. 센터에선 완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흉부외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핵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매주 한자리에 모여 최선의 치료법을 협의한다. 이를 통한 고난도 수술 성공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센터는 식도암·폐암·바터팽대부암이 동시에 발견된 72세 환자에게 세 부위 복합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식도암 재발과 수술 후 위관 괴사로 패혈증까지 진행된 74세 환자에게는 응급처치 후 대장을 이용한 고난도 식도재건술을 시행해 소화 기능을 회복시켰다.

이미지1

폐암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심영목 교수(맨 왼쪽).

2030년 분당차병원 새 병원 건립 기금 쾌척

더 나은 치료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분당차병원 폐식도센터는 국내 유일의 식도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식도암은 전체 암 환자의 1% 수준에 불과해 폐암만큼 신약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 이에 센터는 환자들의 진단·치료·경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쌓으며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차병원 세포특화연구소와 연계한 재생의학·세포치료 연구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교수는 “연구실 결과가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중개연구도 활성화해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심 교수는 최근 연구의 토대를 다지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폐식도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2030년 분당차병원 새 병원 건립과 세포치료 연구를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한 것. 그는 “치료 발전과 미래 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을 남기는 것 역시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변화와 발전에 힘입어 폐암·식도암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런 만큼 두 교수는 겁먹고 미루지 말고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 교수는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덜 힘들고, 치료 후에도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