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병원 65주년, 의학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세우다 EP.1
차병원이 개원 6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60년 차 산부인과 의원에서 시작한 차병원은 1984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강남차병원을 개원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분당·구미·일산·대구·LA차병원을 비롯해 국내외에 수십 개의 난임센터를 설립하며, 현재는 7개국에서 96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글로벌 의료그룹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뉴스룸이 차병원 65주년을 기념하며 세계 의료사(史)에 남긴 그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을 살펴봤습니다.
Amazing CHA! 세계를 놀라게 한 차병원의 성과
국내 민간병원 최초 시험관아기(IVF) 출산(1986)
1986년은 대한민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처음 개최된 해이자, 차병원이 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아기(IVF) 출산에 성공한 해입니다. 차병원이 시험관아기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만의 성과로, 세계 최초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영국)이 태어난 지 8년 만에 이룬 쾌거였습니다.
당시에는 시험관아기 시술이 매우 생소하고 어려운 기술이었습니다. 차병원 연구팀(차광렬, 윤태기)은 고프로락틴혈증을 앓던 산모와 전립선염을 가진 남편의 치료를 병행한 뒤, 복강경으로 9개의 난자를 채취, 이 중 6개의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 3kg의 건강한 여아를 자연분만으로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내를 넘어 세계에 ‘차병원’ 이름을 각인시킨 순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강남차병원
세계 최초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 임신 성공(1988년)
1988년, 차병원은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를 체외에서 배양해 수정에 성공했습니다. 당시에는 미성숙 난자를 임상에 사용하는 개념이 없었지만, 의료진은 버려지던 난자의 가능성에 주목해 체외 성숙(IVM)을 시도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의 체외 배양 및 임신에 성공해 이듬해 출산까지 성공시켰고, 미국생식의학회(ASRM)에서 논문을 발표하며 학문적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국내 최초 복강경 난관복원수술 성공(1994년)
1994년 차병원은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한 난관복원수술에 성공했습니다. 난관 폐색으로 인해 자연 임신이 어려운 여성에게 최소침습 수술로 임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 획기적인 수술입니다. 이 수술은 차병원이 1988년 국내 최초로 산부인과 분야에서 복강경 수술을 성공한 이후, 수년 동안의 수술 노하우가 축적된 성과였습니다. 차병원은 1993~1997년 총 202명의 환자에게 복강경 난관복원술을 시술하며 평균 80.6%의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관련 연구인 『미세난관 복원술에 복강경 시술법 도입과 수술 성공률 개선』으로 미국생식의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습니다.
(왼쪽부터) 국내 최초 ‘복강경 난관복원수술’로 임신 성공(1994_한겨레)1998년 ASRM 제54차 최우수논문상
세계 최초 유리화 난자동결 보존법 개발(1998년)
난자동결은 가임력이 저하될 위험이 있는 여성(암환자, 고령의 여성, 커리어 우먼 등)을 위한 특별한 기술입니다. 기존 난자동결 방식은 해동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형성돼 세포 손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차병원 연구진은 유리화(Vitrification) 기술을 개발, 난자를 초고속으로 냉각해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유리화 난자동결 보존법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차병원이 이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을 제공한 이후 기술이 더욱 발전했고, 오늘날 전 세계 생식의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보관 시술 건수가 72건이었으나, 2022년에는 1,400건을 기록하는 등 점차로 난자동결을 하는 여성이 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난자은행 설립(1999년)
난자은행의 설립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난자를 보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직장 등의 사회적 이유, 항암 치료나 조기 폐경 등의 의학적인 이유로 생식력 보존을 원하는 여성에게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차병원은 1999년, 세계 최초로 난자은행을 설립하며 이러한 생식력 보존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고, 이후 전 세계에 난자은행 시스템이 확산하며 여성의 가임력 보존과 가족 계획의 유연성이 높아졌습니다. 일례로, 미국 변호사이자 방송인 서동주 씨는 작년 분당차여성병원에서 난자 냉동을 했습니다. 서 씨는 “현재 결혼이나 임신 계획은 없지만, 미래를 위해 난자 냉동을 결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도 난자 냉동 및 보관에 대한 지원 정책을 도입하며 여성들의 미래 건강과 삶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 중입니다.
방송인 서동주씨가 분당차여성병원 난임센터 신지은 교수(오른쪽, 現 잠실차병원 난임센터)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