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한 4월, 봄은 흔히 사랑의 계절로 불린다. 벚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문학가 T.S 엘리엇은 봄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표현했다.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울한 감정이 듭니다." 요즘 일산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김민경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설명한다.
봄이 되면 일조량 증가로 인해 행복 호르몬이라 일컫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늘어난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좋게 만들고 활력을 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미 우울감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신체적·정신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봄철 우울증 환자와 자살률이 부쩍 늘어나는 이유다. 김민경 교수는 "오랜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갑자기 밝은 빛을 보면 순간적으로 눈이 부시는 것처럼, 우울한 상태에 놓여있던 마음이 급격한 변화에 혼란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봄철 자살률 증가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2018년 간 한해 자살자 10명 중 3명이 봄에 집중됐다. 김민경 교수는 "이런 현상은 유럽, 북미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습관'을 강조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통한 신체 리듬의 안정화,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뤄내 성취감을 느끼는 것, 주변 사람과의 소통을 통한 소속감 고취, 현재에 집중하는 것’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을 소개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린다"며 "감기에 걸렸을 때 어떤 유형인지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처럼 우울증도 전문가의 진단을 거쳐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는 보통 4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어떤 감기에 걸렸는지 알아보는' 진단, 2단계는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멈추는' 집중 치료, 3단계는 '다 나은 감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유지치료, 마지막 단계는 '만성 감기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장기 관리이다.
김 교수는 "우울증은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이 만성 질환처럼 생각하고, 약과 상담을 통해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우울증 치료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약물 치료를 함부로 끊거나 임의로 조절하지 말고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자살예방상담전화(109) 등의 도움을 받거나 전문의를 찾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일산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 환자들의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해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