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 여성의학연구소 마곡’을 오픈하면서 국내에만 7개의 난임센터, 호주, 일본 등 세계적으로는 총 32개의 난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차병원.
차병원 난임센터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난임 치료 기술을 선도해나가는 데에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난임 생식의학의 최신 흐름을 놓치지 않고, 연구하며 기술과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차 여성의학연구소 임직원 30여 명은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생식의학회(ASRM)에 참석, 글로벌 생식의학의 현장을 지켜보며 식견을 넓히고, 새로운 꿈을 키우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학회의 큰 주제는 Global Collaboration to Advance Reproductive Health였습니다. 난임·임신·출산을 정책·형평성·비용·환경·지속가능성·AI와 함께 바라보는 흐름이 뚜렷했습니다.
기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 제도와 생활환경 같은 현실 조건을 함께 다뤘고 AI를 활용한 보조 의사결정도 주요 화두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생식의학자들이 최신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전세계 기업들이 펼쳐놓은 신기술을 접할 수 있었던 현장을, 차 여성의학연구소의 양누리 교수, 강민희 연구원, 유새임 연구원이 생생하게 전합니다.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다 - 차 여성의학연구소 마곡 양누리 교수
1. 이번 ASRM 2025가 교수님께는 어떤 의미였나요?
2023년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ASRM에 처음 참석했을 때 학회장의 규모와 사람들로 가득 찬 세션룸, 복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보며 말 그대로 압도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큰 생식의학의 장이 있구나. 언젠가는 여기서 나도 내 연구를 소개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2025년 올해는 두 번째 참석이었는데요. 올해에는 제가 제출한 초록이 포스터 발표로 채택되어 연구를 설명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구두 발표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포스터존을 찾아온 많은 청중들이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해주어서 의미 있었습니다. 다음 ASRM에서는 구두 발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2. 교수님의 포스터 발표는 어떤 내용이었나요?
제 초록은 "환자의 나이와 난소예비력(AMH, AFC)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몇 개의 성숙난자가 있어야 정배수체 배아(euploid blastocyst)를 얻을 수 있는지" 계산한 연구입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배아의 염색체가 정상인 배반포 1개를 얻으려면 몇 개의 ‘성숙 난자’가 필요할까요? 이 연구는 10,210 건의 PGT-A 시행 데이터를 분석해, 나이와 난소 예비력에 따라 필요한 성숙 난자 수의 기준선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준은 개인별로 몇 번 채취가 필요할지 예측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3. 이번 ASRM 2025에서 어떤 이슈가 눈에 띄었나요?
난소 노화와 가임력보존, 줄기세포 등의 주제로 많은 강의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난소 노화에 대한 강의를 관심 있게 들었는데, 제가 최근 연구하고 싶어하는 주제와 맞닿아있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4.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큰 학회이니만큼 수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홍보부스를 마련해놓는데, 부스를 둘러보는 것 또한 학회 강의 못지않게 많은 도움이 되곤 합니다. 지금 상용화되고 있는 기술이나 트렌드 등을 파악하기에 좋아 모든 부스를 돌아보려 노력하는데요.
‘비침습적 PGT-A’를 소개한 부스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 PGT-A는 배반포 중에 태반이 되는 부분의 세포를 5~10개 가량 떼어내서 검사하지만, 비침습적 PGT-A는 배아를 배양한 배양액에 존재하는 cell free DNA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배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PGT-A와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공정하고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IVF를 위하여 - 강민희 선임연구원(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 배아연구2팀)
1. 이번 ASRM 2025가 연구원님께 어떤 의미였나요?
2024년 ASRM 포스터 발표에 이어 올해는 구두 및 포스터 발표자로 참석했습니다. 우리 병원이 축적한 임상데이터로 도출한 의미 있는 결과를 국제학회에서 인정받고, 직접 공유할 수 있어 매우 뜻 깊었습니다.
2. 발표하신 내용이 궁금합니다.
저는 우리 병원에 축적된 임상데이터로 미세수정 시술 선택(ICSI, IMSI, Polscope ICSI)을 돕는 통계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환자 프로파일[연령, 난자 및 난포 지표, 정자 형태, 배란유도 방식(COH), 시술 이력 등]을 토대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이 더 유리한지’를 예측하고 통계적으로 선택 편향을 보정했습니다. 핵심은 “무엇이 항상 최고”가 아니라 “이 환자에게 무엇이 맞는가”를 데이터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 분석은 향후 AI 보조 대시보드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각 미세수정 방식의 예상 성공확률과 불확실성을 함께 보여주고, 어떤 정보가 결정에 영향을 줬는지를 알기 쉽게 표시해 의사-환자 소통을 돕게 됩니다.
포스터 발표에서는 모자이크 배아(일부 세포의 염색체 균형이 다른 배아)의 해동 이식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모자이크율, 유형 및 염색체 특성을 반영해 스코어를 만들고 임상에서 ‘사용할지, 보류할지’를 판단할 때 위험-이득의 균형을 숫자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회에서 강조한 PGT 해석의 신중함과 투명성 기조와 방향이 같습니다. 후속 연구로 타임랩스 영상, 형태 정보, PGT 결과를 통합해 임상 시술 AI 보조 평가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3. 차병원 만의 ‘환자 맞춤 치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연구였네요! 이 연구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나요?
통계 분석의 출발점은 정확하고 일관된 데이터입니다. 이번 성과는 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진료실과 배양실에서 매일같이 기록을 남기고 검증해 온 의료진과 연구진의 꾸준함이 만든 결과입니다.
우리 연구진은 시술 전후 핵심 지표(배양기 환경, 난자 및 정자 상태, 배아 발달 단계, 이식 및 임신 결과)를 표준 용어와 코드로 기록하고 이중 확인과 주기적 데이터 검토를 통해 오류를 최소화합니다. 이처럼 작은 정확함의 반복이 쌓여 국제 무대에서도 신뢰받는 임상 결과 분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병원의 임상데이터를 다각도로 활용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분석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4. 기억에 남는 다른 사람들의 연구도 있었나요?
1.국가 출산 지원 정책 비전 (대만 사례)
정책 세션에서 대만 의료진의 발표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현금 지원과 난임 치료 지원을 ‘패키지’로 묶어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아 장기 재정 효과를 지표로 공개적으로 정기 점검하자는 제안이 핵심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별 지원 격차와 정보 접근성의 차이를 줄이고 병원 임상데이터와 AI 분석으로 정책 효과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이미징을 활용한 비침습 난자·배아 평가
임상·기초 세션에서는 타임랩스(배양기 안에서 연속 촬영한 영상)와 딥러닝을 결합해 난자·배아를 건드리지 않고 상태를 예측하는 최신 연구들이 소개됐습니다. 여기에 PGT(유전 선별 검사) 결과를 더하면, 의료진이 어떤 배아를 이식할지를 더 근거 있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로 METAPHOR 알고리즘은 영상의 빛 패턴을 분석해 난자의 활성 및 대사 상태를 추정할 수 있고, 블라스토이드(줄기세포로 만든 배아 유사 모델) 연구는 착상 전 발달 과정을 촬영하고 분석해 배아 평가 기준 표준화와 설명 가능한 AI 모델 구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5. 이번 2025 ASRM학회를 참석하고, 느낀 점이 있다면?
돌아보면 이번 학회의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기술 비교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임상데이터로 환자별 최적의 결정을 돕고 그 근거를 AI와 안전하게 연결해 의사-환자 소통을 높이자.
현장에서 느낀 필요도 분명했습니다. 국가 제도(보험, 지원), 생활환경(대기질, 근무형태, 생활습관), 형평성(정보 접근성, 비용 부담) 같은 현실 변수를 설계 단계부터 포함하고 차병원 임상데이터 기반의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설명 가능한 AI 임상결정지원 체계를 도입하고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이 방향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공정하고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IVF의 다음(NEXT) 표준’ 또한 차병원이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커다란 자극을 준 잊지 못할 경험: 유새임 임상배아연구원(차 여성의학연구소 분당 배아연구팀)
1. ASRM 첫 참석이라고 들었습니다. 소감이 궁금합니다.
난임센터에서 임상배아연구원으로서 주로 임상 실무 중심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업무 흐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연구들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배아평가 방식에 첨단 기술이 접목되는 흐름을 직접 보니 생식의학 분야가 정말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넓은 분야와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2. 이번 2025 ASRM 연구발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참석한 세션 중에서는 ‘KY Cha Symposium in Stem Cell Technology and Reproductive Medicine Awarded to ESHRE: Exploring Embryo Development through Blastoids and Cutting-Edge Imaging(배반포 및 최첨단 영상을 통한 배아 발달 탐구)’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현재 생식의학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었는데요. 단순히 배아평가(embryo assessment) 도구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배아가 어떻게 발달하고, 어떤 요인이 생존 가능성(viability)를 결정하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밀하게 배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거대한 주제를 가장 혁신적인 기술들과 함께 다루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인간 배반포(Human blastoids)
- 실제 인간 배반포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모사 모델
- 배아 발달 메커니즘 이해, 착상 연구, 생존능력(viability)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 제시
2.페이저 기반 초분광 이미징(Phasor-based hyperspectral imaging)
- 배아와 난자의 고유 자가 형광(autofluorescence)를 이용해 대사 상태, 미토콘드리아 기능, 발달 잠재력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하는 기술
- 기존의 형태학적 평가보다 훨씬 정량적이며 정확도 높은 방법
3.세포 해상도에서의 라이브 배아 영상(Live embryo imaging at cellular resolution)
- IVF 인간 배아를 생생한 해상도로 실시간 촬영한 최초의 영상들
- 세포 구조 변화, DNA역학(dynamic), 초기 분화 과정을 직접 관찰
- PGT-A 생검(biopsy)이 배아에 주는 물리적 스트레스까지 시각적으로 확인 가능
3. 2025 ASRM 참석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ASRM은 저에게 정말 큰 자극과 동기를 준 경험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최신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활발히 논의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글로벌한 연구 환경에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영어로 진행되는 세션과 포스터 토론을 직접 경험하면서 ‘영어 회화 능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영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학술 발표나 해외 연구자들과의 협업도 자신 있게 도전하고 싶습니다!